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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일입니다.

 

여자친구와 남이섬에 놀러가던 중이었습니다.
휴일을 남이섬에서 보내기 위해 밤에 출발했는데,
경춘가도를 한참 달리다보니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 근처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곳은 **모텔이라는 곳으로 팔당대교 지나서 46번국도 타고 30분 정도 달리다가 도착한 곳입니다.

관리하시는 분이 예순이 넘으신 것 같은 아저씨였고,
복도에서부터 꽤나 음침한 분위기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방의 구조는 보통 모텔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만 화장실 천장에 환풍기의 뚜껑이 반쯤 열려 있었는데,
뚜껑을 닫으면서 보니 시멘트와 벽돌, 그리고 파란비닐에 싸인 호스과 파이프들이 있었습니다.

 

이윽고 샤워를 끝내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자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잠결에 여자친구를 봤는데, 전 아직도 여자친구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공포에 질려 눈물이 맺히고 입가에 살짝 침을 흘리고는 몸은 똑바로 누운 채 고개만 저를 바라보던 눈빛…….

잠에 푹 빠져있었지만 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불을 켜고 여자친구를 안아주었습니다.


여자친구는 무섭다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무슨 일인지도 못 물어 볼 정도로 겁이 질려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안정이 되자, 그제야 말문을 열었습니다.

 

잠을 자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 보이더랍니다.
마치 문이 고리에 걸려서 열리지 않는 것처럼 살짝 열려 있었는데,
무슨 옷인지는 모르지만 하얀 색 계통의 옷을 입은 여자가 문틈에서 긴 머리 사이로 드러난 눈으로 쳐다보더랍니다.

 

여자친구는 저에게 문 좀 닫아달라고 깨웠답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잠결에 일어나서 문을 닫고 다시 잤답니다.

여자친구는 무서워서 계속 못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살짝 열리면서 아까 그 여자가 들어오더랍니다.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침대 밑으로 누웠답니다.
이윽고 저희를 바라보며 침대 밑에서 기어서 올라오는데,
여자친구는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상하게도 다 보였답니다.

 

그러다가 여자가 안 보여서 눈을 떴는데,
자고 있는 제 위로 그 여자가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못 지르고 쳐다만 보는데 점점 그 여자가 자기를 쳐다보더랍니다.

 

여자가 점점 고개가 돌리자 얼굴을 덮고 있는 긴 머리가 내려가서 얼굴이 드러났는데,

여자의 얼굴은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 기억하시나요?

눈은 양옆으로 찢어져 여우처럼 눈초리가 올라가 있고,
입술은 새파랗게, 입 끝은 웃는 것처럼 귀 밑까지 선이 그어져 있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여자친구를 계속 보는데, 제가 무거웠던지 신음소리를 내더랍니다.
그러자 여자는 몸을 돌러 저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제야 여자친구는 정신이 들어 소리를 냅다 질렀답니다.

그 비명소리에 놀라 제가 일어난 것이고 순간 여자는 창문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여자친구한테 이야기를 듣자 둘 다 무서워져서 뜬눈으로 밤새우다가,
동이 트자마자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무심코 창밖을 보니 창밖은 강이었습니다.

아, 아침에 씻으면서도 보니까 환풍기 뚜껑…….
다시 반쯤 열려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본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지금은 헤어져서 싱글이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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