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보니 여름 중학생일 때 제가 겪었던 일이 다시 생각나네요
아버지께서 말복이니까 토종 닭 잡아서 백숙 해먹자고 한 날이었어요.
전용 칼을 들고 나가셨고, 전 컴퓨터를 하고 있었죠. (한컴타자 청산도 연습중)
한 30분정도 지났을까요? 갑자기 조용하더군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서 나갈려고 하는데
창문 밖에서 큰소리로 아버지께서 제 이름을 부르고
아무 칼이나 상관없으니 빨리 가져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무념무상으로 홀린 듯 적당한 칼을 찾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겁니다. 가져간 전용 칼.
다시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 창문에 근처에서 아버지를 불렀죠.
가져간 전용 칼은 어디로 갔냐고 말이죠.
근데 대답이 없으신 겁니다.
그냥 결국 잘 몰라서 고민 끝에 적당한 칼 여러개를 챙기고 나갔는데
아버지 포터 차량이 들어오는 겁니다.
저는 순간 응? 뭐지? 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아버지가 차에서 내리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니 그거 뭐할라꼬 들고 있는데?" 라고 말씀하셔서
저는 "아니.. 아빠가 칼 달라매." 라고 말했죠.
그러자 아버지께서 헛웃음 지으시면서 이야기 해주시는데
사고 정지라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닭 잡는 전용 칼을 가지고 나가셨는데
생각보다 날이 안 좋아서 좀 갈려고 했는데
숫돌을 다른 집에 빌려줘서 찾으러 가셨고,
그렇기에 닭장 근처에는 간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이 잠긴 채로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죠.
그리고 멘탈이 터진 그 순간이었습니다.
진짜 난생 처럼 그런 기분 나쁜 바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시원한 차가움이 아니고 소름이 돋고, 오싹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짧지만 그 기쁜 나쁜 비웃는 소리를 듣고,
살며시 컴퓨터 끄고, 일어나서 밥 먹은 후 조용히 할머니 방에서 잔 기억이 있네요 ㅋㅋㅋ
초중 때는 아버지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진짜 너무 생생한 경험이었어요.
분명 30분 전에 닭소리도 나고, 개소리도 났었거든요.
잡아서 나는 소리가 아닌 걸 알아차렸을 때
온 몸에 서서히 닭살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평소와 달랐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아찔했죠.
그때 아버지가 조금 늦게 돌아오셨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안되네요.